하나원큐 수비로 BNK에게 우승, 디테일과 공동 선두



2025-26 WKBL 정규리그 초반 판도에서 하나원큐 여자프로농구가 인상적인 전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부천체육관에서 펼쳐진 BNK전에서 60-49로 승리하며 디펜딩 챔피언을 상대로 또 한 번 ‘완성형 수비’를 재현했고, 시즌 초반 공동 선두권을 굳혔습니다. 특히 상대를 49점으로 묶은 수비의 밀도, 페인트존 통제력, 전환속공의 연결성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승부의 흐름을 주도했습니다. 공격에서는 하프코트에서의 스페이싱·볼 무브먼트·클러치 관리가 균형을 이루었고, 벤치 로테이션의 디테일까지 더해져 ‘이기는 패턴’이 체화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래에서는 이날 승리를 가능하게 한 수비 구조, 공격 디테일과 게임 매니지먼트, 그리고 공동 선두가 지닌 의미와 남은 과제를 순서대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수비로 승부를 잠그다

하나원큐의 승리는 전술보다 먼저 ‘규율’에서 시작했습니다. 1차 볼 압박은 코트 전반에서 스크린 방향을 유도하며 상대 핸들러의 첫 선택지를 제한했고, 하이 픽앤롤에 대해서는 상황별로 드롭·쇼·스위치 커버리지를 교차 적용해 미드레인지 풀업과 롤맨 컷인을 동시 억제했습니다. 사이드 픽 상황에선 베이스라인 라인을 선으로 생각하는 ‘차단형 스탭’을 통해 드리블 각도를 바깥으로 밀어냈고, 헬프→리커버의 속도를 끌어올려 코너 캐치앤슈터의 셋풋을 흔들었습니다. 이러한 압박과 복귀의 리듬이 반복되면서 BNK는 패스 타이밍을 잃었고, 첫 2옵션이 막히는 순간 공격 클락이 빠르게 소진되었습니다. 페인트존 통제는 림 프로텍트와 박스아웃의 합에서 완성됐습니다. 빅맨은 포스트 업을 허용하더라도 등 뒤에서의 ‘숄더 체크’로 상체 밸런스를 무너뜨렸고, 프런트·쓰리쿼터 디나이 변주로 엔트리 패스 자체를 지연시켰습니다. 두 줄의 벽이 서자 짧은 플로터가 늘어났고, 이는 곧 리바운드 확률 상승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수비 리바운드를 움켜쥔 뒤에는 사이드아웃 수준의 빠른 전환이 전개되었는데, 첫 패스의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확보하고, 2선 윙이 터치라인을 타며 코트를 넓히는 기본기에 충실했습니다. 트랜지션에서 득점을 올리지 못하더라도, 얼리 드래그 스크린으로 하프코트 진입을 부드럽게 만들며 상대가 수비 전열을 갖추기 전에 1차 균열을 만들어냈습니다. 로테이션과 파울 매니지먼트도 치밀했습니다. 하나원큐는 물리적 접촉의 강도를 유지하면서도 두 손 수비를 줄이는 ‘상체 수비’ 원칙을 고수했고, 페인트존 헬프 이후의 태그→코너 복귀 각도를 반복 훈련한 덕분에 노마크 3점 허용을 최소화했습니다. 그 결과는 ‘49점’이라는 숫자 하나로 응축됩니다. 이는 단발성 깜짝 수비가 아니라, 경기 흐름 내내 재현 가능한 규칙과 러닝타임 전체를 소모하는 체력·집중력의 산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공격의 디테일과 클러치 운영

공격에서는 ‘정체 없는 흐름’이 핵심이었습니다. 하프코트 초반, 탑에서 한 번의 스윙 패스로 수비의 축을 흔든 뒤, 엘보 터치→핸드오프(DHO)로 수평을 넓히고, 다시 수직 돌파로 페인트존 압력을 형성하는 3박자 구조가 정교했습니다. 드리블 진입 시 45도와 코너의 스페이싱이 살아 있었기 때문에 헬프가 길어졌고, 킥아웃 이후에는 ‘패스→패스’의 2차 볼무브먼트로 완전 오픈을 만들었습니다. 포스트에서는 하이-로우와 하이포스트 플래시를 섞어 더블팀 타이밍을 엇갈리게 했고, 백도어 컷·숏코너 미들의 미세 공간을 치는 옵션으로 페인트존 효율을 유지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안에서 밖으로’ 흐르는 이상적 공격 흐름이 재현되며, 외곽과 골밑의 기대 득점 가치가 동시 상승했습니다. 전환 공격에선 디테일이 빛났습니다. 1번이 볼을 운반할 때 2번은 하프라인 이전에 코너로 깊게 파고들어 수비수의 등 뒤를 고정했고, 4번은 얼리 드래그 이후 페이크 스크린을 걸며 롤과 팝 사이 중거리 공간을 확보했습니다. 이로써 트랜지션이 막혀도 곧장 하프코트 세트로 연착륙이 가능했고, ‘빠르되 무리하지 않는’ 템포가 유지되었습니다. 세트 콜에서도 스태거·스페인 픽앤롤·엘보 아이버슨 컷 등을 상대의 커버리지에 맞춰 순차 호출해 예측가능성을 낮췄습니다. 클러치에서는 무엇보다 샷 퀄리티와 시간 관리의 균형이 돋보였습니다. 리드 상황에서 첫 패스의 안전성을 위해 하이 포스트로 볼을 올려 준 뒤, 미스매치가 보이면 즉시 포스트 인 혹은 아이솔레이션으로 전환했습니다. 더블팀이 붙으면 리오더(공간 재정렬) 속도를 높여 1패스 거리의 오픈을 확보했고, 숏클락 구간에서는 페인트존 돌파→자유투 창출이라는 ‘확률 높은 해법’을 선택했습니다. 타임아웃 직후 첫 세트의 완성도가 특히 높았는데, 이는 벤치의 스카우팅과 코트 위 실행력이 완벽하게 맞물렸음을 의미합니다. 결국 4쿼터 중반 이후, 하나원큐는 ‘서두르지 않되 주저하지 않는’ 매니지먼트로 상대 추격의 불씨를 초장에 차단했습니다.


공동 선두의 의미와 남은 과제

시즌 초반 공동 선두가 주는 가치는 단순한 순위가 아닙니다. 첫째, ‘재현 가능한 수비’라는 정체성을 확인했다는 점입니다. 특정 선수의 온/오프에 따라 요동치는 불안정성이 아니라, 팀 전체가 공유하는 규칙을 바탕으로 누구와 맞붙어도 가져갈 수 있는 승부처를 확보했습니다. 둘째, ‘안에서 밖으로’ 흐르는 공격 구조의 안정성입니다. 페인트존 생산성과 외곽의 기대 득점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하면 스카우팅 강도가 높아져도 효율 하락 폭이 제한됩니다. 셋째, 벤치 로테이션의 ‘의미 있는 분산’입니다. 8~9인 주(主) 로테이션에 10~11번째 자원의 스팟 미닛을 과감히 투입해 생산성을 확보하면, 백투백 구간·파울 트러블·부상 변수에서 팀이 버틸 힘이 커집니다. 물론 보완점도 분명합니다. 리드 게임의 턴오버 관리, 자유투 성공률, 타임아웃 직후 세트의 다양성 확대는 접전 빈도가 잦아질수록 체감되는 영역입니다. 상대가 스위치 빈도를 높일 때 포스트업을 기점으로 한 킥아웃 루틴을 얼마나 빠르게 호출할 수 있는지, 존 디펜스에 맞서 하이포스트 플래시·하이-로우를 얼마나 정밀하게 실행할 수 있는지 역시 다음 단계의 관문입니다. 수비 쪽에서는 ‘강팀 상대로 강하고 약팀 상대로도 강한’ 재현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압박 강도·헬프 각도·리커버 속도가 상대 전력과 상관없이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순위표가 흔들리지 않습니다. 리그 생태계 관점에서도 하나원큐의 상승세는 상위권의 동학을 바꾸고 있습니다. 전통 강호가 주도하던 구도에 ‘수비 기반 팀’이 확실한 방정식을 들고 합류하면서 선두 다툼이 압축되고, 플레이오프 매치업의 변수도 커졌습니다. 특히 에이스 봉쇄와 리바운드 우위가 재현될 경우, 한 골·한 포제션 싸움에서의 기대 승률이 유의미하게 상승합니다. 이는 장기 레이스에서 승수를 쌓는 가장 현실적인 통로이며, 궁극적으로는 홈코트 이점을 향한 경쟁에서 결정적 차이를 만듭니다. 정리하면, 이번 60-49 승리는 ‘숫자’가 아니라 ‘정체성’의 확인입니다. 수비는 하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훈련의 규칙, 경기 중의 실행, 벤치의 결정을 통해 쌓인 습관이 팀의 얼굴이 됩니다. 하나원큐는 그 얼굴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남은 과제는 단 하나—오늘의 농구를 내일도 재현하는 것입니다. 그 재현성이 누적될 때, 공동 선두는 어느새 고지의 일상으로 바뀔 것이고, ‘돌풍’이라는 단어는 ‘체계’라는 단어로 대체될 것입니다. 다음 라운드에서도 동일한 강도로 수비하고, 동일한 질서로 공격한다면, 하나원큐의 행보는 더 높은 곳을 향해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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