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핸드볼 스웨덴에 패배, 패턴과 남은 일정



여자 핸드볼 세계선수권 무대에서 대한민국이 스웨덴에 패하며 녹록지 않은 현실을 다시 마주했습니다. 이번 경기는 최상위권 전력을 갖춘 유럽 강호를 상대로 조직력의 완성도, 체력 운용, 세부 전술의 정확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사례였다고 판단합니다. 대표팀은 결선 라운드(메인라운드)에서 연패 흐름을 끊지 못하며 하위권에 머물렀고, 남은 일정에서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과제를 얻었습니다. 결과 자체는 아쉽지만, 경기 운영의 관점에서 장단이 분명히 드러났기에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다음 스텝으로 연결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스웨덴의 압박과 피지컬, 그리고 템포 전환 속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수비의 밀도와 전환 속도, 그리고 세트오펜스에서의 득점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려야 합니다. 특히 후반으로 갈수록 드러난 체력 저하는 1차 저지선과 골키퍼 블록의 연동을 약화시켜 실점 패턴을 반복시키는 원인이 되었고, 공수의 ‘첫 단추’가 어긋나면 그 다음 조합이 줄줄이 흔들린다는 팀 스포츠의 기본 원리가 그대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번 패배는 단지 성적의 문제가 아니라, 다음 라운드와 차기 대회까지 이어지는 ‘학습 데이터’로 활용될 가치가 큽니다.


스웨덴의 압박을 버티지 못한 전개와 한국의 과제

스웨덴은 전형적인 유럽 강호의 문법을 충실히 구현했습니다. 하프라인 이전부터의 전방 압박, 6:0과 5:1을 가변 운용하는 수비, 그리고 탈압박 후 ‘첫 패스’가 즉시 속공으로 이어지는 기계적인 전개가 돋보였습니다. 한국은 초반 몇 차례 세트오펜스에서 사이드·피벗 연계를 통해 슈팅 찬스를 만들었지만, 유효슈팅으로 연결되는 비율이 떨어지고 리바운드 경합에서 밀리면서 재차 공격권을 헌납하는 장면이 잦았습니다. 무엇보다 스웨덴의 ‘템포 더블업(tempo double-up)’—수비 성공 직후 1차 속공과 2차 속공을 연속 가동하는 방식—에 대응하는 수미드필더(센터백)에 해당하는 플레이메이커의 시야 확보가 더디면서 백코트 복귀 타이밍이 한 박자씩 늦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하프스페이스(윙과 백 사이)에서 1:1 또는 2:2 대응이 어긋났고, 외곽 슈터의 손이 뜨는 순간 골키퍼 시야가 가려지는 장면이 누적되었습니다. 체력 구조에서도 차이가 뚜렷했습니다. 스웨덴은 라인 교체 로테이션이 빠르고 명확해 전술 강도를 유지한 반면, 한국은 특정 포지션에 과부하가 걸리며 후반 중·후반으로 갈수록 수비 간격이 벌어지고, 2선 백코트의 하중이 커졌습니다. 실제로 후반전 중반 이후에는 1차 저지선에서 스틸 혹은 미스 유도로 볼을 탈취해도, 다음 패스에서 선택이 늦어 ‘역속공’을 맞는 역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이는 ‘볼을 잡은 뒤의 1초’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문제로, 전술이 아니라 루틴과 조직 절차의 영역입니다. 대표팀이 당장 개선해야 할 첫 번째 체크리스트는 바로 이 부분입니다. 공격에서는 피벗과 백의 호흡이 간헐적으로 살아났습니다. 하프스텝으로 수비 발을 묶은 뒤 피벗 스크린을 이용해 외곽슈팅 라인을 만드는 의도 자체는 옳았습니다. 다만 스웨덴 골키퍼의 하이·로우 리딩이 빠른 상황에서 낮은 코스 위주의 반복 공략은 예측당하기 쉬웠고, 결과적으로 슈팅 각을 넓히는 크로스 변주와 타이밍 페이크가 더 필요했습니다. 또한 7미터 드로(페널티) 유도 국면에서도 접촉 이후 심판 휘슬 경향을 읽고 접점을 끊어내야 했으나, 컨택 이후 마무리 자세가 무너지는 사례가 있어 득·실점 기대값이 낮아졌습니다. 이 부분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충돌 대비와 착지 안정성 훈련—즉, 핸드볼 특유의 ‘부딪치고 서는’ 하체 루틴—을 얼마나 반복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수비는 6:0 기본형을 유지하되 윙 쪽에서 5:1의 하프 투입 타이밍을 좀 더 적극적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습니다. 스웨덴이 백으로 시작해 윙·피벗으로 끝내는 전형적인 ‘밖-안’ 패턴을 선호하는 만큼, 1선을 올려 외곽의 퍼스트 패스를 흔들면 2·3선의 헬프가 한 박자 앞당겨지고 블록 타이밍을 잡기 수월해집니다. 물론 5:1이 활성화되면 윙 뒤 공간이 열리지만, 골키퍼와의 약속 플레이—예컨대 수비가 나가면 골키퍼는 근거리 힙 라인을 봉쇄하고, 나머지 수비가 컷백을 전담—가 맞물리면 리스크 관리가 가능합니다. 현재 대표팀은 ‘수비가 앞에 나가는 순간 뒤를 어떻게 메우는가’라는 연쇄 약속을 경기마다 동일한 품질로 재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약속의 표준화를 가장 먼저 끝내야 합니다.


데이터로 본 패턴과 실전 적용 포인트

최근 세계무대에서 한국이 유럽 강호를 상대로 어려움을 겪을 때 반복되는 지표가 있습니다. 첫째, 유효슈팅 대비 득점 전환률입니다. 슈팅 시도 수 자체는 상대와 크게 차이나지 않더라도 ‘골키퍼가 예측 가능한 코스’로 오는 공이 늘어나면 효율이 급감합니다. 이를 해소하려면 ‘마지막 0.3초’에 코스 위장과 릴리스 각을 바꾸는 기술—팔꿈치 각도 변환, 손목 스냅 페인팅—과 팀 차원의 스크린 각도 조정이 병행돼야 합니다. 둘째, 턴오버 패턴입니다. 단순 실책은 줄었지만 접촉 이후 불완전한 패스(세미 턴오버)가 늘면서 속공 방어가 붕괴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접촉 직후의 보호 패스, 혹은 사이드로 빼는 세이프 패스 루틴을 명확히 하고, 해당 루틴을 전 포지션이 공유해야 합니다. 셋째, 세트오펜스에서의 ‘짧은 2대2’ 성공률입니다. 피벗을 세운 뒤 백이 반 박자 앞서며 수비의 중심을 끌어내는 작은 2대2는 한국형 공격의 핵심인데, 강호전에서는 이 타이밍을 수비가 미리 차단합니다. 이럴 때 해법은 두 갈래입니다. (1) 반대편 윙이 일찍 코트 안으로 절반 침투(인필트레이션)해 수비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보조 루트, (2) 피벗이 스크린이 아닌 ‘쇼트 롤(짧은 이탈)’로 자리 바꿈을 하며 백에게 리턴 패스를 열어주는 변형입니다. 이 두 가지를 번갈아 쓰면 수비가 선제 예측을 하기 어려워지고, 6:0 라인의 간격을 벌려 외곽 슈팅 각이 열립니다. 넷째, 전환 수비의 기준점입니다. 전환 수비는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잡는다’가 원칙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상대가 어디로 첫 패스를 뿌릴 것인지에 따라 기준점이 달라집니다. 스웨덴처럼 윙 스타트-백 스윙-피벗 컷으로 빠르게 넘어오는 팀은 1차 기준점을 센터가 아니라 ‘백의 스윙 라인’에 두고, 그 라인만 먼저 틀어막아도 속공의 파급력이 줄어듭니다. 대표팀은 해당 기준점의 통일이 필요합니다. 훈련 단계에서 비디오·드론 촬영으로 라인 간격을 수치화하고, 선수 개인별 이동 거리와 회복 시간을 계량화해 로테이션을 ‘감’이 아닌 데이터로 결정해야 합니다. 국제무대에서 체감하는 템포 차이는 결국 ‘얼마나 준비된 움직임을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의 싸움입니다. 골키퍼–수비 연동도 재점검해야 합니다. 스웨덴전에서는 근거리 니어 코스에서의 반응은 괜찮았지만, 외곽에서 휘는 슈팅(하이 팔 릴리스)과 피벗 턴 동작에서의 파울 유도 장면에서 손실이 컸습니다. 수비는 블록을 노릴 때 공만 쫓지 말고 ‘팔 궤적’을 끊는 간섭을 설계해야 하며, 골키퍼는 팀이 선택한 블록 방향과 반대 코스를 미리 봉쇄하는 약속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것은 ‘누가 잘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같은 것을 보고 같은 타이밍에 움직이느냐’의 문제입니다.


남은 일정,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

첫째, 라인 로테이션의 원칙을 재정의해야 합니다. 유럽 강호와의 경기에서는 초반 10분, 전반 말 5분, 후반 초반 10분, 경기 막판 5분 등 ‘네 번의 파동’이 승패를 나눕니다. 각 파동에 맞는 라인—속공 라인, 세트 안정 라인, 파울 유도 라인—을 미리 설계하고, 교체와 전술 콜을 묶어 패키지로 운용하면 체력과 전술 강도가 유지됩니다. 둘째, 세트오펜스의 ‘첫 패스’ 품질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하프라인을 막 지난 지역에서 시작하는 첫 패스는 이후 5초의 모든 옵션을 결정합니다. 패스 스피드와 각도, 받는 선수의 스텝을 표준화하면 외곽도, 피벗도 숨통이 트입니다. 셋째, 윙 마무리를 늘려야 합니다. 유럽 팀들은 중앙 블록을 단단히 쌓는 대신 윙 마무리를 어느 정도 허용하는 경향이 있고, 한국 특유의 스피드를 살리려면 윙에서의 고효율 마무리(점프 궤적 위장, 착지 안정)가 필수입니다. 넷째, 세트피스(프리드로, 7m 라인 전후) 전술의 다양화를 서둘러야 합니다. 국제무대 심판 경향을 고려해 접촉 후 ‘끝까지 가는’ 장면과 ‘컨택 직후 끊어 7m를 노리는’ 장면을 구분해 설계하면 득점 기대값이 상승합니다. 다섯째, 멘털 코칭의 내재화입니다. 전환 국면에서 연속 실점이 나오면 선수들의 선택이 보수적으로 바뀌고, 이는 다시 상대의 압박을 부릅니다. 벤치에서 콜하는 멘털 큐—예컨대 “다음 한 번은 과감하게, 그 다음은 보수적으로”—를 미리 시나리오화해 흔들림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여섯째, 상대 분석의 현장 적용을 가속해야 합니다. 스웨덴의 경우 백-피벗 2:2에서 백이 한 박자 먼저 떨어져 외곽 각을 만드는 성향이 강합니다. 이때 2선 수비가 반발작 앞서서 몸을 비틀어 ‘슈팅 팔’의 궤적을 방해하면, 골키퍼가 미리 반대 코스를 차단할 여유가 생깁니다. 이러한 디테일은 전날 분석 미팅에서만 끝내지 말고, 경기 당일 워밍업 마지막 세트에서 그대로 재현해 근육 기억에 새겨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바꿀 수 있는 것부터 바꾼다’는 태도입니다. 장기적인 체력 프로그램, 연중 주기화, 선수층 두께 강화는 대표팀과 협회 차원의 과제이고, 단기적으로는 라인업 패키지, 첫 패스 품질, 전환 수비 기준점, 윙 마무리 비중 같은 지점은 다음 경기부터 바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이번 스웨덴전 패배는 아프지만,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개선 목록을 남겼습니다. 남은 일정에서 이 목록을 하나하나 지워 나가면, 순위표의 위치와 관계없이 팀의 ‘실질 경쟁력’은 눈에 띄게 달라질 것입니다. 팬 여러분의 시선도 결국 같은 곳을 향합니다. 점수표만 보면 실망이 크겠지만, 세계 강호들과의 연속 매치업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변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대표팀은 이미 강한 체력·근성·스피드를 갖춘 팀입니다. 여기에 국제무대의 표준 루틴—전환 기준, 약속 수비, 세트오펜스의 첫 단추—을 덧씌우면 경기 내용은 충분히 바뀝니다. 선수들은 경기 후 스스로의 플레이를 가장 냉정하게 돌아봅니다. 코칭스태프가 준비한 개선 시나리오를 믿고, 다음 경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길 응원합니다. 결과는 과정의 함수이고, 과정은 디테일의 함수입니다. 이번 패배가 더욱 단단한 팀을 만드는 분기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창원 LG 단독 선두 탈환, 삼성에 승리, 경기 전망

서울 삼성과 창원 LG 프로농구 경기 하이라이트, 분기점

창원 LG 3점슛 기부 캠페인, 사회 공헌, 지속 가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