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왕중왕전 4강 확정, 33분, 진짜 승부, 11번째 우승



33분 만의 2-0 완승으로 4강 확정

안세영 선수의 이번 왕중왕전(세계배드민턴연맹 BWF 월드투어 파이널스) 행보는 “이겼다”보다 “어떤 방식으로 4강을 확정했는가”에서 더 큰 의미가 드러납니다. 안세영 선수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일본 미야자키 도모카 선수를 상대로 33분 만에 2-0(21-9, 21-6) 완승을 거두며 2연승을 만들었고, 각 조 상위 2명에게 주어지는 준결승(4강) 티켓을 일찌감치 손에 넣으셨습니다. 특히 이 승리는 점수와 시간 모두가 말해주듯, 우연이나 흐름이 아니라 ‘경기 설계’로 만들어낸 결과에 가깝습니다. 단식에서 큰 점수 차가 나는 경기는 단순히 공격력이 좋았다는 의미만으로는 설명이 어렵습니다. 상위권 선수들끼리 맞붙을수록 서로가 어떤 패턴을 좋아하는지, 어느 구간에서 흔들리는지, 어떤 길이의 랠리를 싫어하는지까지 이미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안세영 선수가 1게임 21-9, 2게임 21-6처럼 일방적인 스코어를 만들었다는 것은, 첫째로 ‘초반 7점 구간’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며 상대가 전술을 세우기도 전에 리듬을 끊어냈다는 뜻이고, 둘째로는 긴 랠리에서도 실책을 줄이며 평균적인 랠리 품질을 끝까지 유지했다는 뜻이며, 셋째로는 상대가 반격을 시도하는 순간마다 코트의 높이·깊이·속도를 다시 정렬해 “되살아날 틈”을 주지 않았다는 의미로 이어집니다. 이런 유형의 승리는 다음 경기로 갈수록 더 가치가 커집니다. 강한 상대를 많이 만나야 하는 대회 구조에서 체력과 집중력을 아끼는 승리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회가 ‘왕중왕전’으로 불리는 이유는 참가자 구성에서부터 압박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월드투어 파이널스는 월드투어 랭킹 상위 8명이 출전해 4명씩 A·B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르고, 각 조 상위 2명이 4강 토너먼트로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입니다. 즉, “초반에 몸을 풀면서 올라가는 대회”가 아니라, 첫 경기부터 결승급 난도의 상대를 연달아 만나야 합니다. 이런 구조에서 조별리그 2경기 만에 4강을 확정했다는 사실은, 단순히 성적표에 1승을 더한 것이 아니라 ‘대회 운영의 주도권’을 잡았다는 뜻으로 해석하실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33분 만에 경기를 끝냈다는 점은, 4강과 결승을 바라볼 때 체력·회복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자산이 됩니다.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

4강에 올랐다고 해서 곧바로 우승이 보장되는 대회는 아닙니다. 오히려 월드투어 파이널스의 4강부터는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 “결정적인 순간에 더 정확한 선택을 하는 선수”가 살아남는 구간이라고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특히 조별리그에서는 실수해도 다음 경기에서 만회할 여지가 있지만, 4강은 단판 토너먼트 성격이 강해 한 번 흔들리면 회복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4강전의 관전 포인트는 기술 그 자체보다도 ‘운영의 디테일’에 있습니다. 첫 번째 포인트는 초반 주도권입니다. 단식에서 초반 5~7점 구간은 단순한 점수의 합이 아니라, 경기의 속도와 랠리 길이를 결정하는 ‘심리적 규칙’이 형성되는 시간입니다. 안세영 선수는 미야자키전에서 초반 흐름을 잡은 뒤 상대가 따라붙을 수 있는 틈을 거의 주지 않으셨습니다. 4강에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초반에 깊은 클리어와 안정적인 수비로 상대의 공격 각도를 줄이고, 상대가 무리한 공격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면 실책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며 경기가 안세영 선수의 리듬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커집니다. 두 번째 포인트는 랠리 길이의 조절입니다. 안세영 선수의 강점은 긴 랠리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수비력과 역습 전환이지만, 4강과 결승을 동시에 바라봐야 하는 무대에서는 “무조건 길게”가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득점 찬스에서는 과감하게 정리해 경기 시간을 관리하고, 불필요하게 체력을 소모하는 랠리는 줄이는 선택이 후반부에 큰 차이를 만듭니다. 조별리그에서 압도적으로 이긴 경기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이 ‘선택의 폭’입니다. 체력이 남아 있으면 전술을 단순히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반응에 따라 템포를 바꾸는 “한 단계 높은 운영”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포인트는 승부처 실책의 관리입니다. 누구나 실책은 합니다. 다만 강한 선수의 실책은 “의도는 맞았는데 타이밍이 어긋난 실수”인 경우가 많고, 흔들리는 선수의 실책은 “선택 자체가 급해진 실수”가 늘어납니다. 4강전에서는 이 차이가 결정적입니다. 점수가 접전으로 들어가는 순간에 성급하게 라인을 노리거나, 무리한 각도로 마무리하려는 순간이 생기는데, 안세영 선수처럼 기본적인 수비와 연결이 단단한 선수는 오히려 그때 ‘안전한 선택’을 반복해 상대가 먼저 무너지도록 만드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4강에서 상대가 강할수록, 화려한 한 방보다 흔들리지 않는 루틴이 결국 승리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11번째 우승과 시즌의 의미

이번 월드투어 파이널스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지 연말 대회라서가 아닙니다. 안세영 선수에게는 ‘시즌 전체를 증명하는 마지막 무대’라는 상징이 함께 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안세영 선수는 이번 승리로 올 시즌 69경기에서 65승(승률 94.2%)을 기록하며, 60경기 이상 출전한 여자 단식 선수 중 단일 시즌 역대 최고 승률이라는 평가도 받으셨습니다. 또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단식 역사에서 손꼽히는 단일 시즌 최다 우승 기록(11번째 우승)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됩니다. 이런 기록은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일이 아니라, “한 시즌 내내 무너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기록이 쌓일수록 선수에게는 역설적으로 부담이 커집니다. ‘기록을 세워야 한다’는 기대가 커지고, 우승에 가까워질수록 실수 하나가 더 크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안세영 선수의 강점은 부담이 큰 순간에 더 ‘자기 방식’으로 돌아오는 데 있습니다. 조별리그 2차전처럼 상대에게 반전의 단서를 주지 않는 경기 운영은, 4강과 결승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입니다. 큰 대회 후반부에서 승패는 종종 기술 차이가 아니라 “마지막까지 흔들리지 않는 반복”에서 갈립니다. 안세영 선수는 긴 랠리의 품질, 수비에서 공격으로 넘어가는 전환의 정확도, 그리고 점수판이 압박을 줄 때의 선택 안정성이 모두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는 선수이기 때문에, ‘왕중왕전 후반부’와 상성이 매우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시즌 내내의 성과가 외부 평가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안세영 선수는 BWF 갈라 어워즈에서 3년 연속 ‘올해의 여자 선수’로 선정됐고, ‘선수들이 뽑은 올해의 여자 선수’에도 이름을 올려 2관왕을 차지했다는 보도들이 나왔습니다. 이런 종류의 수상은 성적뿐 아니라, 경쟁자들이 체감하는 “상대하기 어려움”과 존중이 반영되는 측면도 있어 의미가 더욱 큽니다. 결국 이번 월드투어 파이널스 4강전은, 기록(11번째 우승 도전)과 위상(올해의 선수), 그리고 경기력(압도적 승률)을 한 장면에 묶어 ‘확정’하는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팬 여러분께서는 4강전에서 화려한 장면만을 기다리기보다, 초반부터 흐름을 장악하고 실책을 관리하며 끝까지 루틴을 유지하는 안세영 선수의 “완성도” 자체를 관전 포인트로 잡아보시면, 이 대회가 왜 ‘왕중왕전’인지 더 선명하게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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