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핸드볼 대표팀, 앙골라전 23–34 패배…반등을 위한 해부와 재정렬이 필요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이 제27회 세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 조별리그에서 앙골라에 23–34로 패배했습니다. 이번 경기는 초반 주도권을 잡는 듯했던 흐름에서 중반 이후 급격히 기울어진 전세, 그리고 연쇄 실점으로 이어진 디테일의 붕괴가 뚜렷하게 드러난 일전이었습니다. 대표팀은 경기 시작 직후 과감한 전진 수비와 빠른 볼 순환으로 4–2 리드를 만들며 분위기를 끌어올렸습니다만, 전반 중·후반에 걸친 무득점 구간이 길어지면서 상대의 속공 러시에 노출되었고, 이는 점수 차 확대의 기폭제가 됐습니다. 득점 이후 수비 전환, 수비 성공 뒤의 공격 전개, 세트 플레이의 완성도처럼 승부를 가르는 ‘사이사이의 한 끗’이 맞지 않았고, 그 사이를 파고든 앙골라의 피지컬·템포·결정력이 경기 결과를 결정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은 개인 기량과 패턴 실행에서 분명한 장점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잘한 것’을 체계적으로 반복하는 재현성과, ‘무너진 순간’을 신속히 봉합하는 위험 관리 체계입니다. 아래에서는 이번 패배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 경기를 관통한 핵심 포인트를 세 갈래로 나누어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경기 흐름과 패인의 핵심
무엇보다 치명적이었던 지점은 전반 중반에 발생한 장기 무득점 구간입니다. 초반 리드를 만들었던 공격 템포가 상대 수비의 압박 강화와 블록 타이밍 조절에 막히자, 우리 선수들은 슛 각도와 타점을 충분히 만들기도 전에 서둘러 마무리하는 장면이 잦았습니다. 억지로 밀어 넣은 슈팅은 골키퍼의 예측 범위에 들어갔고, 세이브된 공은 곧바로 상대의 1·2차 속공으로 전환돼 다시 실점으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유효 슛질’과 ‘턴오버 관리’가 동시다발적으로 흔들리며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 것입니다. 전환 수비에서도 교대 규칙이 순간적으로 흐려진 대목이 관측됐습니다. 슈팅 미스나 패스 미스 이후 최소 한 자리 이상은 즉각 후퇴해 상대의 1차 속공을 막아야 했지만, 몇 장면에서 6m 라인 보호가 늦어지면서 하프스페이스(2·4번 위치)로 뚫려 실점이 발생했습니다. 더불어 사이드 2:2 연계 상황에서 포스트와 윙이 만들어 내는 좁은 각 돌파를 ‘바깥으로 유도하며 길들이는’ 수비 원칙이 일관되게 유지되지 못했고, 어깨를 건드리는 초기 접촉 타이밍에서 선제권을 놓치며 파울 유도와 실점 억제가 동시에 어려워졌습니다. 대표팀이 초반에 보여준 과감한 전진 수비와 빠른 발, 그리고 적극적인 협력 수비는 분명 위력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전반 중반 이후 이 강점이 ‘지속’되지 못했고, 무득점·속공 허용·박스아웃 지연이라는 세 가지 변수가 집중적으로 겹치면서 점수 차가 벌어졌습니다. 결국 패인을 요약하면, ① 무득점 구간을 끊어 줄 확실한 세트 루틴 부재, ② 전환 수비의 우선순위 혼선, ③ 하프스페이스 돌파 대응의 각도와 타이밍 미세 오차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는 상대가 누구든 국제무대에서 반드시 준비해야 하는 ‘기본기 중의 기본기’이므로,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손봐야 할 우선 과제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전술·기술 보완 해법
첫째, 유효 슛질을 끌어올리려면 ‘타점·궤도·코스 다양화’가 병행돼야 합니다. 같은 각도·같은 릴리즈 포인트에서 반복되는 슛은 상위권 골키퍼에게 읽히기 쉽습니다. 점프 타점 변화(높낮이 교차), 어깨와 손목의 릴리즈 템포 지연·가속, 니어와 파 코스 전환, 그리고 스텝을 활용한 미세 각도 확장(유로스텝·스텝백)은 수비 블록 타이밍을 무너뜨리는 실전적 장치입니다. 둘째, 위험 절감형 빌드업을 채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전진 템포를 유지하더라도 하프라인 근처에서의 ‘가로 패스’는 상대 트랩의 1순위 표적입니다. 초기 두 패스는 가급적 직선 전개로 전방을 겨냥하고, 세 번째 선택에서 사이드 체인지·백도어 컷·하이포스트 스크린 등을 통해 각도를 만들면 위험이 급감합니다. 이때 포스트의 스크린 각을 45도에서 30도로 살짝 낮춰주면, 백코트가 안쪽으로 파고들며 슛·킥아웃의 이지선다를 만들기 수월합니다. 셋째, 리바운드 구조를 재정렬해야 합니다. 윙 한 자리와 포스트가 2선 박스아웃을 책임지고, 백코트 한 자리는 철저히 전환 수비 대기 역할에 남기는 ‘2+1’ 규칙을 팀 룰로 고정하면 2차 실점이 눈에 띄게 준다는 점이 국제무대에서 입증되어 왔습니다. 넷째, 세트피스(프리드로·사이드라인 인·퀵 리스타트)의 루틴을 ‘정답지처럼’ 다듬는 것이 스코어 관리의 핵심입니다. 예컨대 프리드로에서는 첫 패스 이후 1초 내 교차 진입, 포스트의 백스크린 뒤 컷인, 반대편 윙의 백도어까지가 ‘묶음’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실패 시 즉각적인 백업 옵션(롱 리셋·리듬 끊기 타임아웃)까지 사전에 약속해 두어야 합니다. 다섯째, 커뮤니케이션의 단순화가 요구됩니다. 경기 중 압박이 커지면 콜 사인이 복잡할수록 체계가 무너집니다. 위기·안정·러시의 3단계 콜로 작전을 단순화하고, 각 단계별 수비·공격의 1·2순위 원칙을 선수 전원에게 동일하게 각인시키면 위기 국면에서 선택의 혼선을 줄일 수 있습니다. 여섯째, 멘털 루틴을 체계화해야 합니다. 연속 실점이 시작되는 즉시 캡틴의 키워드 콜로 호흡 재정렬→아이 콘택트→이번 포제션의 1목표(6m 봉쇄·파울 유도·속공 차단 중 택1)를 공유하는 ‘15초 리셋 루틴’을 팀 규칙으로 만들면, 불필요한 런을 초기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득점 이후 수비 전환과 수비 성공 뒤 공격 전개에 ‘자동화된’ 행동 지침을 부여해 주십시오. 작은 반복이 큰 흐름을 바꾸고, 큰 흐름이 경기의 결과를 바꿉니다.
다음 경기 대응
대표팀의 강점은 분명합니다. 초반 기세를 타는 전진 수비, 백코트의 과감한 피니시, 윙의 탄력 있는 침투, 그리고 포스트의 헌신적인 스크린은 상위권과 겨룰 수 있는 충분한 자산입니다. 다만 국제무대에서는 ‘잘 되는 장면’이 산발적으로 나오는 것만으로는 모자랍니다. 같은 장면을 같은 퀄리티로 반복해 내는 재현성과, 어느 타이밍에도 꺼내 쓸 수 있는 세트 루틴의 지속성이 성패를 가릅니다. 다음 경기를 위한 실천적 체크리스트를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무득점 2분 경과 시 즉시 세트 체인지 또는 타임아웃 콜로 흐름을 재설계합니다. 둘째, 전환 수비의 최우선은 6m 라인 보호이며, 1차 속공에서 중앙 침투만큼은 반드시 차단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합니다. 셋째, 하프스페이스 돌파는 초기 접촉의 선제권을 되찾아 ‘바깥으로 유도하는’ 각도 수비를 일관되게 유지합니다. 넷째, 세트피스는 첫 선택 실패 시의 두 번째·세 번째 선택까지 미리 묶어둔 정답지를 외우듯 가동하고, 다섯째, 멘털 루틴은 캡틴·키 플레이메이커 중심으로 짧고 강하게 실행합니다. 이 다섯 가지만 지켜져도 ‘연쇄 실점’과 ‘연쇄 턴오버’는 현저히 줄어듭니다. 팬 여러분께도 부탁 말씀을 드립니다. 대회는 아직 진행 중이며, 한 경기의 실패는 다음 경기를 위한 선명한 데이터가 됩니다. 선수들은 이미 초반 리드를 만들 수 있는 저력을 증명했고, 스태프는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명확히 파악하고 있습니다. 대표팀은 성장의 문턱 앞에 서 있습니다. 우리가 팀에 보내는 응원과 신뢰는 곧 선수들의 체력과 집중력으로 환산됩니다. 선수들은 반드시 해답을 찾겠다는 각오로 코트에 다시 설 것입니다. 이번 앙골라전 패배를 반전의 디딤돌로 삼아, 남은 조별리그에서 ‘재현성과 지속성’으로 반등하고 본선에서 한국 핸드볼의 저력을 증명하겠습니다. 끝까지 응원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